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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권 145호【공동선을 열며】『 삶과 죽음, 기쁨과 슬픔은 둘이 아니니 』 - 김형태 -
삶과 죽음, 기쁨과 슬픔은 둘이 아니니

김형태 / <공동선> 발행인, 법무법인 <덕수> 대표변호사

늦은 봄이었던 것도 같고, 운동장가 포플라 이파리들이 다 피어난 초여름이었던 것도 같
습니다. 옛날 초등학교 시절, 수업이 끝나 신나게 신발주머니 휘두르며 교문을 나서던 어
느 토요일 오후가 생각납니다.
저 뒤편 강당에선 큰 북, 작은 북 쿵쿵거리고, 심벌즈 챙챙거리고, 캐스터네츠 딱딱거리
고, 학교 앞 “기쁜 소리사” 고교야구 중계방송 소리가 거리를 넘실댔습니다. ‘와와’ 함성소
리, 밴드부 트럼펫 소리. 그리고 교문 밖으로 쏟아져 나오는 아이들에 놀라 빵빵대는 삼륜
차 경적 소리.
어느 한 순간 온 천지에 “삶의 기쁨”이 가득했습니다. 지금도 그 순간이 생생하게 느껴집
니다. 그리고 저 꼬맹이 시절에서 반백 년이 흘러 이제는 삶의 슬픔, 존재의 덧없음도 알
게 되었습니다. 
지난겨울 친구 둘을 보냈습니다. 한 친구는 시집도 안가고 조그만 출판사하면서 부처님 
책들을 열심히 보시하다가 갑자기 폐암으로 죽었습니다. 부처님도 무심하시지, 저렇게 예
쁜 사람에게 어찌 ‘이것도 다 인연이니라’ 말씀하실 수 있나요. 혼자 살던 또 다른 친구는 
주방 냉장고 앞에 엎어져 삶을 마쳤습니다. 그는 매일 소주 두세 병으로 하루를 보냈습니
다. 새벽에 일어나면 십여 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 영정 사진을 향해 오늘은 어떤 주식을 
살까요 묻고 어머니 시키는 대로 주식을 사고팔았습니다. 아버지 다른 형이며 여동생과
는 소송을 벌이고 연락을 끊고 지내왔기에 자기가 죽으면 전 재산을 좋은 데 기부하겠다
고 했습니다. 어느 날 친구가 유언공증을 하겠다 해서 대낮부터 만나 같이 술 한잔을 걸쳤
습니다. 그런데 막상 공증사무실 가는 길에 나를 보고 욕을 해대는 거였습니다. “야 이 나
쁜 놈아, 너 나 빨리 죽으라고 이따위 유언공증 하라 꼬드기는 거냐?” 내 꼬맹이 시절 어
느 순간 문득 천지에 가득한 ‘삶의 기쁨’을 온 몸으로 느꼈던 것처럼, 친구는 차들과 사람
들로 가득 찬 강남 거리 한복판에서 갑자기 죽음의 슬픔을 느꼈던 모양입니다. 공증은 뒤
로 미뤘습니다. 그리고 친구를 화장해서 산으로 데려간 겨울 아침 그의 전 재산은 가장 미
워했던 형제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갔습니다. 아이고, 하느님도 무심하시지, 저 수십억 재
산을 녀석이 공증하도록 하셨다면 얼마나 많은 어려운 사람들에게 보탬이 되었을꼬.
그렇습니다. 삶이 우리에게, 그리고 이 추운 겨울 흰 눈 덮인 산속에서 먹을 것 찾아 헤매
는 길고양이에게 주는 이런 저런 모양의 괴로움, 슬픔들. 어린 시절 영원히 계속될 것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던 삶의 기쁨은 점차 나이가 들어가면서 존재의 슬픔으로 바뀌어 갑
니다. ‘세상은 덧없고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래서 엄청난 벽을 느낍니다.
그렇지만 생각해 보면 우리에겐 기댈 커다란 위안이 있습니다. 서로 죽이고 죽던 중국의 
춘추전국시대, 공자님은 이 어지러운 세상에 어짐과 의로움仁義을 가르치려 평생 수레를 
타고 힘들게 이 나라 저 나라를 돌아다니셨지요.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석가세존도 깨치고 나서 이레를 번민하셨다는 거지요. 홀로 독립하여 변하지 않는 실체
는 없고 모두가 서로 기대어 있으니 자비를 베풀라는 이 진리를 사람들에게 알려주어도 
제대로 이해를 못 할 텐데 이걸 가르쳐야 하나. ‘왜 내가 없어? 너는 너고 나는 나야.’ 이렇
게 나올 텐데. 그럼에도 당신은 제자들의 비난과 배반, 후원하던 왕들의 몰락 등 갖은 어
려움을 겪으면서, 마침내 늙고 병들어 죽음에 이르기까지도 쉼 없이 어리석은 사람들을 
깨우치고 본을 보이셨지요. 
예수님도 당신 가르침을 사람들이 제 잇속대로 받아들이는 걸 보고 돼지에게 진주를 주
지 말라셨지요. 그래도 당신은 이들을 측은히 여기시고 열심히 가르치셨습니다. 그리고 
죽임을 당할 걸 알면서도 율법과 기득권을 향해 단호히 아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가난
한 이가 복이 있다고,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 있는 거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 있는 게 아
니라고, 누가 성전을 장사하는 곳으로 만들었느냐고. 죽을 걸 뻔히 알면서도 그 길을 걸어
가셨지요.
그리하심으로 그 분들은 우리에게 삶과 죽음, 기쁨과 슬픔이 둘이 아니라, 도道요 전체이
신 당신 안에서 하나임을 몸소 보여주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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