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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권 144호【공동선을 열며】『 내 친구 명훈이 』 - 김형태 -
<<공동선을 열며>>

내 친구 명훈이

김형태 / <공동선> 발행인, 법무법인 덕수 대표 변호사

“명훈이 형님은 지난 3월 17일 오후 3시 42분에 안암병원에서 돌아가셨어요.”
빡빡 깍은 머리는 길게 자라 텁수룩한데 초가을 따가운 햇살에 어울리지 않게 낡은 모직 
남방셔츠와 헐렁한 바지. 영락없는 노숙자 차림의 친구 동생은 겨우 몇 살 많은 형의 죽음
을 마치 아버지 부음 전하듯 최대한 예의를 다해 이렇게 전했습니다. 병원비며 장례비는 
다 구청에서 내주었다더군요. 
몇 년 전 명훈이네 허름한 다세대 빌라 집을 처음 찾아갔을 때 마치 좁디좁은 동굴에 들어
선 것 같았습니다. 현관문에서부터 거실, 방 할 것 없이 길바닥에서 주워온 헌 옷가지며 
가재도구, 고물, 책들이 천정까지 꽉 차 있었습니다. 
그 어두컴컴한 데 몸 하나 겨우 눕힐 좁은 자리에 앉아 친구 명훈이가 헤헤 웃으며 사과
를 먹으라고 건네는 거였습니다. “형태야, 이거 새벽에 요 앞 아파트 단지에 갔다가 주워 
온 거야. 이 멀쩡한 걸 왜 버렸을까. 헤헤헤. 나 먹으라고 버렸나? 헤헤헤”
그때 나도 귤인지 무언지를 사들고 갔던 거였는데 친구가 건네는 사과를 ‘이거 제대로 씻
기나 했나’꺼림칙해 하면서 겉으론 맛있는 척 두 개나 먹었더랬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동네 교회에서 처음 만난 명훈이는 정신이 멀쩡했던 그때부터도 ‘헤헤헤’
사람 좋은 웃음을 달고 다녔습니다. 
그리고 수십 년 세월이 지난 어느 날 갑자기 내 앞에 나타났습니다. 구불구불 긴 머리를 
뒤로 묶고 철에 안 맞는 옷차림에 예의 그 웃음을 웃으며 “차비 좀 주라.”손을 내밀었습니
다. 
그렇게 시작된 명훈이의 ‘차비’방문은 그 뒤로 십 수 년을 이어갔습니다. 언젠가는 좀 미
안했던지, 오바마 대통령이 친구인데 곧 큰 돈을 보내주기로 했으니 그때 갚겠다 했던가. 
들어보니 젊은 시절 미국서 학위 받고 돌아와 결혼도 했고 대학에서 얼마동안 강의도 했
던 모양인데 그만 정신줄을 놓고 만 겁니다. 그 뒤로는 정신지체장애가 있는 남동생과 굴
속 같은 집에서 길거리 버린 음식을 주워 먹으며 살았습니다. “길 고양이가 내 경쟁자야, 
헤헤헤.”이런 소리도 했습니다. 
어느 추운 겨울에는 차비가 없어 서울 강북 장위동 집에서 강남역 우리 사무실까지 반나
절을 걸어 온 적도 있었지요. 그래도 명훈이는 주은 음식을 집 없는 개나 고양이와 나누
고, 부자동네에서 내다버린 쓸 만한 털옷을 한겨울 길거리서 추위에 떠는 노숙자 아주머
니에게 가져다주었습니다. 하긴 우리 꼬마 손자 녀석도 친구가 이사 가는 집에서 얻어다 
준 그림 동화책들을 열심히 보고 있네요.
명훈이는 냄새난다는 구박 받으며 교회도 빠지지 않고 나갔답니다. 얼마 전에는, 저렇게 
거리를 떠돌다 정신병원에 강제수용 되는 거 아닌가 걱정도 되고 돌봄이 필요할 거 같아 
동 주민센터에 대신 도움을 청해 보기도 했지만 본인이 한사코 거절하니 별 도리가 없었
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연락이 끊기고 1년여. 친구는 그렇게 갔다는 군요.
형의 마지막을 전하는 정신지체 동생에게 혹 뭐 도와 줄 거 없냐고 묻자 꼭 제 형처럼 헤
헤헤 웃으며 연신“저는 괜찮아요, 저는 괜찮아요.”였습니다. 저 착한 명훈이네 형제들에
게 하느님의 섭리는 어디에 있는 걸까요.
세상에 강하고 똑똑하다는 이들이 남들을 괴롭히면서도 떵떵거리고 잘 사는 걸 보면서 당
신의 섭리가 과연 어디에 있는 건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이런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아아, 그렇지. 당신 섭리를 ‘내가 잘 먹고 잘 살다가 
죽어서도 천당 가게 해주시는 데’서 찾으면 당신의 아들이라는 예수님의 삶과 죽음은 전
혀 이해가 되질 않을 터. 로마황제의 아들이 아니라 변방 유다 보잘 것 없는 마리아와 요
셉의 아들로. 많이 배우고 사람들로부터 대접받는 대사제나 율법학자가 아니라 시골 목수
로. 같이 어울린 이들이라곤 맨, 어부에, 세리에, 창녀에, 문둥병자에, 귀신들린 자들 뿐. 
그리고 마침내는 ‘스스로 하느님의 아들을 참칭해서 하느님을 모독한 죄인’으로 강도들
과 나란히 십자가에서 마지막을. 예수님 삶 어느 한 자락에서도 우리네 눈에는 하느님의 
섭리로 볼 구석이 전혀 없어 보입니다. 그래도 우리는 이런 예수님의 삶을 통해서 하느님
의 섭리를 찾아야 하는 사람들이니 이게 보통 일은 아닙니다.
아! 그러고 보니 내 친구 명훈이도, 그리고 그 동생도, 저 옛날 옛적 예수님 따라다니던 
딱 그런 사람들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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