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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권 142호【공동선을 열며】『 나는 죽어서 어디로 가나 』 - 김형태 -
<<공동선을 열며>>

나는 죽어서 어디로 가나 

김형태 / <공동선> 발행인, 법무법인 <덕수> 대표변호사


몇 년 전 일입니다. 한 밤중에 술에 잔뜩 취해 집 안 2층 나무계단을 오르다가 우당탕 퉁
탕 1층 거실로 굴러 떨어졌습니다. 집에 들어온 것도 계단을 구른 것도 전혀 기억이 나지 
않고, 거실 바닥에 머리가 부딪히면서 비로소 정신이 번쩍 났습니다. 그때 더 세게 머리
를 박았더라면 정말 나 죽는 줄도 모르고 아주 갔겠지요.
‘아주 간다니’누가 어디로 간다는 말인가요? 어느 새 이순耳順을 넘겨 몸은 여기저기 고장
이 나고, 마음은 날로 소심해져 가는 데, 이‘내’가 이 모습, 이 마음 그대로 지닌 채 ‘다음 
세상’으로 가는 건가?
그럼 배가 난파되어 그리스 해안에 시신으로 떠밀려 온 다섯 살 난민 아이는 그 순진한 마
음과 다섯 살 앳된 모습으로 천국엘 갔을까. 만일 그 아이가 노인이 되어 죽었다면 노인
의 모습으로 다음 생을 누리는 걸까.
그럼 국회의원 노회찬은 수천만 원 정치자금 받아 신고 안하고 쓴 걸 괴로워 하다가 죽었
으니 지옥엘 갔을까. 아니, 옛날 노동자로 위장취업 했을 때 산재사고로 죽었더라면 청년 
노회찬으로 천국에서 살고 있을 건가.
실제로 기독교, 불교, 힌두교, 이슬람교 등 모든 종교에서는 사람이 죽은 직후 아직 의식
이 남아있을 동안 그가 듣고 생각이 정화되어 좋은 곳에 갈 수 있도록 열심히 경전을 읽어
주고 기도를 하고 여러 의식을 행합니다.
하지만 내가 계단 아래로 꽝 하던 순간을 돌이키면, 당시의 생각, 외모, 성격 등 ‘나’를 그
대로 유지하면서, 죽는 순간의 마음가짐에 따라 천국이나 지옥 같은 다음 세상으로 가는 
게 아니라, 이 개체‘나’는 죽는 순간 마치 촛불이 꺼지듯 아주 사라지지 싶습니다. 그 뒤
는 없이.
기독교 표현으로 하자면 이 세상 모든 개체는 하느님의 피조물일 뿐이니 언감생심 피조물
이 영원할 수가 없을 터이고, 불교식으로 말하자면‘나’도, 이승이나 저승이란 생각도 다 
공(空)하니 그렇습니다.
김수환 추기경의 마지막 무렵을 모셨던 신부님의 회고에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추기경님께서는‘하느님이 나를 부르시니까 하느님 안에 편안한 삶으로 넘어간다.’ 이렇
게 쉽게 말씀하신 적이 없어요. 항상 죽음에 대해서는‘어, 쉽지 않아.’ 그러셨어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죽음 앞에서 고통 받으셨던 책자가 있어요. 그거 열심히 보시면서 ‘아, 
요한 바오로 2세도 굉장히 힘들어 하셨구나’ 하셨어요…
이런 허무가 있나. 내가 이런 무지의 세계로 가야하나. 그것을 겪을 때는 ‘정말로 하느님 
없으신 것 같아. 배반하게 될 것 같아.’이런 말씀을 하시는 거죠…
고독해 하시고 힘들어 하시고 신앙적으로 좀 흔들리는 그런 말씀을 하시다가, 그 다음에
는 그런 말씀을 안 하시는 거죠. 그냥 기도하시고…”
아마도 이 회고 글을 읽으면서 충격을 받는 이들도 많을 겁니다. 특히 가톨릭 신자들은. 
누구보다 하느님을 잘 알고 누구보다도 당신 가까이 가신 분이라고 믿었던 추기경께서 죽
음을 그렇게 힘들어 하셨다니, 하느님을 배반할 생각까지 하셨다니.
나이 먹어 죽음을 향해 가면서 몸과 마음이 쇠약해져 겪는 고통은 그 누구도 피할 수 없습
니다. 이 걸 못견뎌하고 힘들어 하는 걸 두고 무어라 할 일은 전혀 아닙니다. 
다만 이‘나’가 사라진다는 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아마도 추기경
께서 ‘김수환’이라는 개체에 매여 그 개체가 영원하기를 바라는 순간에는 자신의 죽음을 
둘러싼 온갖 허무한 생각과 회의가 밀려왔을 겁니다. 그러다가도 ‘흙에서 나온 자 흙으로 
돌아가리라’는 전체이신 당신의 말씀을 떠올리면 피조물의 처지를 받아들여 신앙을 돌이
키셨겠지요.
모든 종교는 누구나 쉽게 알아들으라고 이렇게 가르칩니다. 네가 착한 일 하면 죽어서도 
천당, 극락에 가고 영생 복락이나 열반의 경지를 누리리라. 이 가르침의 핵심은 ‘착한 일
을 하라’는 거고, 착한 일하라는 건 내 욕심을 버리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거꾸로 우리는 
이 가르침을 내가 영생이나 열반의 지복을 누리는 수단으로 받아들입니다. 우리 모두가 
개체‘나’의 소멸을 인정하기 어려워 그러는 거라 여겨집니다.
이 개체가 부활한다거나 열반에 든다는 종교의 표현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비유
요, 은유, 역설입니다. 
이 말씀을 글자 그대로 개체에 불과한 내가 이 모습 그대로 영원히 산다고 받아들이는 건 
그 말의 뜻과 정반대 결과를 가져옵니다. 모든 종교의 알짬은 이 개체 ‘나’로부터 해방되
어 이웃과, 전체이신 당신과 하나 되라는 건데, 정반대로 이 ‘나’를 향해 무한히 집착하고 
영생까지 바라니 그렇습니다.
개체인 우리는 전체이신 당신 피조물에 불과하고, 그래서 모든 합성된 것은 공空합니다.
그러나 개체‘나’가 흔적도 없이 소멸한다 해서 이 세상에서 내가 행했던 착한 일, 못된 
일, 내가 이 세상과 지었던 여러 관계들이 같이 다 사라지는 건 아니고 이 전체의 관계 속
에 고스란히 남아 있으니, 그런 면에서 이 개체 ‘나’는 전체의 품 안으로 돌아간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개체 노회찬은 불행하게 소멸했지만, 노동자와 약자들을 위해 울고 웃던 그
의 노력은 이 세상 힘든 이들에게 도움과 위로와 법제도로 남을 거고, 그의 생각은 그를 
기리는 이들의 마음에 남아 길이길이 이어질 겁니다. 
너른 바다 저 물결은 잠시 바다위로 솟구쳐 일렁이며 제가 물결임을 뽐내다가, 다시 스러
져서 제가 나왔던 바다로 돌아갑니다.
나는 저 바다위에 일렁이는 물결처럼 잠시 이 세상에 나와 이런 저런 생각과 말과 행위를 
짓다가 다시 바다로 돌아가 사라지지만, 한 때의 물결이었던 나의 생각과 말과 행위의 결
과는 바다인 이 세상에 남아 있을 겁니다. 
김수환 추기경도, 노회찬도 다 한 때 바다 위를 일렁이던 물결로 그렇게 일어났다 스러져
갔습니다. 그리고 그 분들의 아름다운 생각과 말과 행위들은 우리 곁에 영원히 남아 있을 
겁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전체이신 당신 품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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